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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파헤치기/기업&경영자 스토리

삼성 vs 스파이더맨 _ 마케팅 전쟁 _ [삼성라이징]

2002년에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의 한 장면 (출처: SONY)

 

 1991년생인 나에게 2002년에 개봉한 <스파이더맨>은 잊지 못할 영화이다. 화려한 액션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몇 번이나 반복하여 보았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SONY(이하 소니)'와 '삼성'의 큰 분쟁거리가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삼성의 전 글로벌 마케팅 담당자 '에릭킴' (출처: 연합뉴스)

 

 2001년, 삼성의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던 야심찬 마케터, 에릭킴은 일본의 경쟁업체인 소니를 마케팅 면에서 넘어서야할 존재로 보고있었다. 당시의 소니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자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반면에 삼성은 아시아 변두리에서 그나마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자격지심에 한 말일까? 에릭킴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니를 자극시키기위해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소니를 이기고 싶습니다. (...) 소니는 가장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2005년까지 소니보다 더 강해지기를 원합니다."

 

 <포브스>와의 인터뷰는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된다. 소니는 일본 정부가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지지를 받고있던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니는 삼성의 경쟁기업이기도했지만 제휴기업이기도 했다. 즉, 적이 아닌 동맹이었다는 것이다. 

 

 삼성은 소니와 불편한 관계를 야기시킨 에릭킴에게 징계를 내린다. 에릭킴의 독단적인 행동이 큰 분쟁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삼성의 주장일 뿐.. 독단적인 행동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니 (본문과 큰 관련이 없는 사진입니다.)

 

 삼성의 에릭킴 징계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상할대로 상한 소니는 삼성을 어떻게 골려줄까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니는 기막힌 아이디어이자 동시에 큰 손실을 야기시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당시 제작 중이던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PPL의 형태로 보복하는 것이었다.

 

1992년(왼쪽)과 2012년(오른쪽) 삼성의 타임스퀘어 광고 (출처: 네이버 블로그)

 

 당시 삼성은 뉴욕의 타임스퀘어 빌딩에 거액을 투자하여 자신들의 로고를 광고하고 있었다. 소니는 이 광고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게된다.

 

 <스파이더맨>의 명장면 중 하나. 스파이더맨과 고블린의 첫 결투 장면에서 타임스퀘어 빌딩이 여러번 노출된다. 하지만 소니는 의도적으로 삼성의 큼지막한 로고가 아닌 엉뚱한 로고(USA 투데이)를 노출시키기로 한다.

 

 <스파이더맨>이 개봉되고나서 마케팅 담당자이던 에릭킴은 크게 분노하게된다. 마케터였던 그에게는 자신의 노력과 결실을 무시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에게 큰 모욕이었다.  결국, 에릭킴은 삼성의 법무팀까지 불러낸다. 소니에게 상당한 금액의 소송을 걸기위해서.. 

 

 고소를 당한 소니는 크게 당황하게 된다. 가상의 영화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거라 판단했었기 때문이다. 소니의 중역들은 이 문제를 큰 실수였다고 판단하게 된다. 결국, 삼성과 합의를 보게 된다. 영화 내의 타임스퀘어 빌딩에 삼성의 로고를 원래대로 복원시켜 놓는 것. 이것이 삼성의 합의 조건이었다.

 

2002년 개봉한 <스파이더맨>의 한 장면. 타임스퀘어 빌딩에 '삼성' 로고가 큼지막하게 광고되고 있다. (출처: SONY)

 

 이 사건으로 인해 에릭킴은 삼성의 대역죄인에서 '영웅'이 되버린다. 단 한 푼의 돈을 지불하지 않고 대박 PPL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파이더맨>의 흥행은 소니보다는 삼성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게되었다.

 

삼성라이징_제프리 케인

 

 대기업 간의 자존심 다툼은 어찌보면 애들 싸움과 별 다를 바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 내면엔 일반인들이 상상도 못하는 가치와 금액이 걸린 싸움이다. 그들만의 싸움이라고 할까? 

 

 이번 에피소드도 상당히 재밌었다. 이 책에는 이런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이 담겨있다. 무려 5개의 에피소드를 서평으로 남기게되었지만, 진짜 삼성의 위기와 기회를 다룬 에피소드는 책 안에 있다. 삼성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고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싶은 책이다.